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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식

임진왜란(1592) 당시, 왜구가 불국사 2천여 칸의 건물을 방화한 사건

   임진왜란이 일어난 임진년(1592)  5월에  왜구 가토 기요마사(加籐淸正) 부대가  경주에 머물고 있었다. 이 때 수십 명의 왜구가 불국사에 와서 불국사의 불상과 건물의 아름다움을 즐기다가 지장전 벽에 숨겨진 활과 창을 발견하고서, "이는 꽃 속에 전갈이 숨어있는 것 같다."라고 하며, 8명의 승려를 밟아 죽이고 불국사에 방화를 하였다. 이 때 장수사에 피란가 있던 담화 (曇華) 대사가 문도들을 이끌고 불을 끄려고 달려왔지만,  대웅전, 극락전, 자하문을 제외한 2천여 칸의 절이 순식간에 불타고 말았다. 그때 불상, 돌계단, 돌다리, 석가탑 다보탑만 불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여러 임금이 내려준 교지와  진기한 보배가 모두 잿더미가 되었다고 했다.

  이 글을 쓴 인물은 천운은 순환하고, 좋은 시절과 나쁜 시절은 무상하지만, 이후 좋은 시절이 와서 어진 인물들이 계계승승하며,이후 법당과 불상을 복구한 지 60년이 지났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글은 매우 짧지만  왜구가 세계문화유산 불국사에 가한 심각한 악행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고귀한 기록이다. 여러 번역 자료를 살펴보아도 원문 전체를 정확하게 끝까지 번역한 자료가 없어서 전문을 새롭게 번역하여 게재한다.  

 

임진년

  선조대왕 26(1592) 계사년 5월일 왜구가 마음대로 날뛰며陸梁백성과 재물을 마구 죽이고 약탈하던虔劉때에 경상좌병사가 훌륭한 활과 날카로운 칼을 가져와서 본사 지장전(地藏殿) 벽 사이에 몰래 숨겨두었다. 왜구 수십 명이 불상과 아름다운 전각의 대들보와 기둥을 감상하며, 분주히 찾아 즐기다가 날카로운 무기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서 이르기를 이는 실제로 꽃 속에 전갈이 숨어 있는 것과 같다.”라고 하며, 여덟 사람을 밟아서 죽이고, 백 개의 전각에 불을 질렀다. 슬프게도 진나라의 아방궁(阿房宮)은 아니었지만 갑작스럽게 사나운 항우(項羽)의 재앙을 입게 되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이 때 승과(僧科)에 선발된 담화(曇華) 대사가 난리를 피해 장수사(長壽寺)에 숨어 있다가 문도들을 거느리고 급하게 와서 큰불을 끄려고 했지만, 대웅전, 극락전, 자하문을 제외한 이천여 칸이 큰 불길에 전소되었다. 그때 남은 것은 금불상, 옥처럼 아름다운 계단, 돌다리, 보배와 같은 탑만 치솟는 불길 속에서 불에 타는 화를 벗어날 수 있었다. 여러 조정의 임금이 내린 교지와 천태만상의 진기한 보물이 모두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갔으니 개탄스럽다.

아아! 천운은 순환하고, 좋은 시절과 나쁜 시절은 무상하여, 앞에서 끌어주던 어진 이와 뒤에서 이어주던 철인이 계계승승하여 법당을 복구하고 불상을 아름답게 장식한 지 60년이 지났다.

원문

壬辰

我宣祖大王二十六年癸巳五月日 倭寇陸梁 民物虔劉之際 左兵使 精銳 弓釒+刃 移秘于本寺地藏殿壁間矣 倭奴數十輩 觀感像設棟樑之美 而競奔探翫 及覩兵銳 驚駭曰 實花心之有蠆也 八人踏殺 百室燬然 哀非秦宮而遽被悍羽之災 何幸此際 選科曇華大師 遁亂長壽寺矣 領率門徒奔救大㷔 大雄殿極樂殿紫霞門 外 二千餘間 盡付暴燹 其餘 金像玉砌石橋寶塔 傲焰以脫禍 累朝綸旨 及千樣萬色 珍玩寶物沒入於鬱收之口 可慨也 已吁 天運循環否泰無常 前賢後哲繼繼承承 恢復仁祠 賁嚴像設 過六十年.

출전 : (불국사지)  화엄불국사고금역대제현계창기(華嚴佛國寺古今歷代諸賢繼創記)

게재 : 삼국유사아카데미